반응형

처음 페이퍼블랭크스를 알게 된건 아마 3년 전쯤 만년필에 입문했을때다. 다들 그렇듯 만년필-잉크-종이 순으로 이것저것 검색하고 구매하다가 발견했던 브랜드다. 고대서적처럼 화려하고 장엄한 분위기까지 자아내는 표지는 물론이고 내지의 질이 좋아 만년필로 썼을때 번짐이나 뒷장비침도 없다는 혹자의 리뷰에 완전히 넘어갔었다. 당시에는 한국 정식수입원이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몇 년전 수입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입중단되었던 것으로 기억, 아닐수도 있다), 그래서 해외직구를 하거나 중고사이트에서만 구할 수 있던 페이퍼블랭크스 노트들. 가격도 비싼데다가 구할 경로도 귀찮으니 언젠가 사리라 마음만 먹고 있었다.

그러다 중고나라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사이즈는 작지만 새 제품에, 표지가 너무 취향이라 바로 구매했던 노트. 18000원 정도에 샀던것 같다. 2019년 다이어리로 아주 잘썼다. 표지의 아름다움은 말할 것도 없고, envelope형식으로 여닫는 재미가 있다. 듣던대로 내지가 매끈하고 두터워서 만년필도 전혀 안 번지면서 가로세로 10*14 밖에 안되는 mini 사이즈라 어딜가나 가방속에 챙겨 다녔다.

 

2019년 한 해동안 나와 동고동락했던 노트.

 

그래서 2019년 국내 공식 수입원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 공식사이트에 가보니 내 노트가 같은 디자인으로 2020 다이어리로도 나왔다. 

 

페이퍼블랭크스 공식 구매처 링크 : xxda.kr

 

XXDA-PAPERBLANKS

명품 노트 & 다이어리 페이퍼블랑/블랭크스 한국 공식 홈입니다.

xxda.kr

 

이상하게 네이버 검색창에 페이퍼블랭크스 나 paperblanks 를 검색하면 공식 수입원 사이트가 바로 첫줄에 뜨진 않는다. 네이버 노출을 막아둔건가? 네이버쇼핑 검색창도 해외직구만 주르륵 떠서 공식사이트 찾으려면 '페이퍼블랭크스 공식사이트'를 검색해야 드디어 넷째줄에 뜬다. 맨윗줄 블로그 글에서 공식구매처 링크가 있긴 하지만 클릭하면 아예 안뜬다. 페이퍼블랭크스 공식블로그인거같은데.. 링크 수정해야할듯. 

 

 

2020년 다이어리도 페이퍼블랭크스 노트를 사야겠다고 바로 결심하고, 19년 12월에 행복하게 지른 제품명은 2020 azure/ultra/diaries. 2020 다이어리 표지가 하나하나 다 예뻐서 정말 한참 고민했다. 다이어리만 쓰면 투머치토커가 되니까 제일 큰 ultra사이즈로. 가격은 38000원. 꽤나 거금이었다. 

 

표지는 볼수록 영롱하다.. 사진상으로는 표지 금박이 반짝거리는게 잘 안나왔다.

 

 

라미 사파리 EF로 쓴 페이지 뒷장. 비침이 엄청나서 도저히 쓸 수가 없었다. 당시에도 어이가 없었는지 저렇게 써놨다.

 

다이어리가 배송되고나서 한참을 디자인에 감탄하고, 만년필을 들었다가 좌절했다. 이 다이어리의 내지는 완전히 달랐다. 알고보니 페이퍼블랭크스는 제품마다 페이지무게(gsm)가 현저하게 차이났다. 왜 제대로 안보고 구매했을까..비싼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만년필 사용이 안되니 정이 안붙어서 결국 반도 못쓰고 방치했다. 앞으로 필사노트로 사용될예정.. 내가 구매한 다이어리는 겨우 80gsm. 이것도 내가 산 제품이 사이트에서 아예 사라져서 1:1문의로 알아내야했다. 만년필용으로는 120gsm이 어울린다는 답변을 받았다. 문의한지 2시간도 안되서 받은 답변이라 그 속도에 소소하게 감동했다. 내 다이어리를 만년필로 쓰면 죄다 번지고 뒷장을 못 쓰게 만드는게 당연한거였다. 집에 있는 a4용지가 70인데 10밖에 차이안남..종이질에 gsm이 다는 아니겠지만.. 아마 중고나라에서 구매한 모네노트의 gsm은 훨씬 더 나갈거다. 공식사이트에 같은 디자인의 다이어리가 100gsm이던데, 내 노트랑 같을지는 모르겠다. 

 

 

아주 오래전 영국여행을 다녀온 친척분이 선물했던 노트.

 

이건 거의 10년도 더 전에 어머니가 선물받았던 페이퍼블랭크스 노트. 잘 안쓰신다고 내게 주셨다. 불현듯 떠올라서 책장을 뒤져 찾아냈다. 디자인이 꼭 페이퍼블랭크스 같아서 찾았더니 맞았다. 자석으로 여닫을 수 있는 잠금줄 같은게 있었는데 긴 세월이 지나면서 코팅이 흉하게 벗겨졌길래 그냥 잘라버렸다. 이 노트는 slim 사이즈로 9.5*18크기. 친척분이 여행다녀오시면서 선물해주셨었다. 이 노트도 아쉽지만 만년필 사용은 불가능하다. 공식사이트에 slim사이즈 노트가 85gsm라던데 이 노트도 같으려나. 여튼 mini와 마찬가지로 가지고다니기 좋은 사이즈라 가방에 넣어다니면서 써도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세 권의 페이퍼 블랭크스 제품을 소장중이다. 나중에 또 살 생각이 있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예"다. 120gsm으로..사야지. 2020 다이어리를 잘못 사긴 했지만, 2019년 다이어리를 너무 잘 쓴 기억에다가 표지 디자인까지 완벽히 내 취향이기 때문이다. 만년필로 쓸때 느꼈던 부드러운 필기감은 못잊는다. 요즘 예전에 사뒀던 미도리노트를 쓰는데 미도리도 좋지만 나는 페이퍼블랭크스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페이퍼블랭크스 종이가 더 매끈하니 필기할 때 손에 힘이 덜 들어가서 좋다. 

 

요즘 만년필을 한참 방치하다가 다시 쓰는 재미가 붙어서 쟁여놨던 잉크와 노트를 열심히 쓰고 있다. 잉크와 노트에 대한 구매욕이 다시 불타오른 탓에 이것저것 또 구매했는데, 그건 따로 또 쓸 예정(언제가 될지는 모름).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와 시간가는줄 모르고 썼다. 역시 덕질얘기는 재밌어.. 다 써놓고 보니까 뭔가 광고같기도 하고..? 광고였으면 좋겠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