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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주 전에 르라보 향수가 너무 궁금해서 신세계 강남점에 들려 르라보는 물론 평소 관심있던 향수들을 시향하고 왔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시향서비스가 중단된 것으로 안다. 르라보에서는 유명한 4가지인 상탈 33, 떼 누아 29, 어나더 13, 베르가못 22를 시향했고, 이솝은 휠과 테싯을 시향했다. 두 군데 다 직원들한테 불친절함을 느꼈다. 르라보는 워낙 손님이 많아 그러려니 했는데, 이솝은 매장에 손님도 없는데 되게 귀찮은 느낌의 응대라 좀 그랬다. 메모는 인레만 시향해보려 했는데 직원분이 너무 친절하게 내 취향에 맞을 것 같은 7가지를 추천하고 시향지까지 챙겨주셨다. 착향은 르라보 상탈과 메모의 오션레더를 해봤다.

이미지들은 fragrantica에서 가져왔다. 

 르 라보 상탈 33. 젖은 이끼, 나무, 흙 냄새가 초반에 압도적으로 나다가 잔향은 우디하면서 싸늘한 물 향이 났다. 싸늘한 물 향이라고 했는데, 이게 가죽향인가? 어쨌든 이 잔향이 정말 좋았던 향수. 전혀 달지 않고 깔끔한 느낌. 중성적이라 누구나 뿌리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드퍼퓸이라 그런지 피부위에서 지속력도 체감상 하루 종일갔다. 심지어 한 일주일은 그 날 입은 코트 소매에 향이 남아있더라. 발향력도 엄청났다. 왜 '엄청나다'라고 까지 말하냐면 발산력이 정말 좋다는 향수를 뿌려도 내 피부가 향을 다 흡수하는건지 뭔지 주변인들이 향수 뿌린지도 모르더라고. 내가 뿌리는 향수에 은근히 엄격한 평을 남기는 어머니도 좋다고 해주셨다.

 악명 높은 어나더 13. 영안실, 시체, 금속.. 불호라면 이렇게 무서운 향인데 호인 사람들은 살냄새, 포근한 향이라며 평이 극단적으로 나뉘는 향수. 향수 주제에 선택받아야한다는 말까지 있는 향수인데, 나는 불호였다. 영안실은 모르겠는데 치과가면 나는 금속재질의 기구들과 소독약이 섞인듯한 냄새가 있지 않나. 딱 그거였다. 포근함과는 거리가 먼 아주 쎄한 향. 

 

 떼 누아 29. 홍차향으로 유명하다. 이것도 한참동안 시향지에 남아있어서 킁킁대다가 홀린듯 신세계몰에서 주문했다. 르 라보 향수 첫 들임이다. 시향했을 때 홍차를 바로 느끼지는 못했다. 사실 첫 향은 그저 그랬는데 이것도 잔향이 정말 좋았다. 톰포드 블랙오키드를 가을겨울에 뿌리곤 하는데, 블랙오키드의 잔향과 유사하면서도 거기에 민티한 물향이 가미된 느낌. 민티한 물이라니까 가글같은데.. 가글은 아니고. 약간 스모키한데 달고, 깊이 있는 향에 이상하게 시원한 마무리가 있다. 르 라보 하우스의 향수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물 향을 맡게 되는데, 이 하우스의 특징인가? 

 베르가못 22. 워낙 시트러스 향수를 좋아해서 이것도 좋았다. 사실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향이다. 처음은 자몽과 레몬 같은 시트러스향이 나다가 끝은 가벼운 우디함+ 물향. 시트러스향수가 다 그렇듯 이것도 가장 빨리 시향지에서 사라졌다. 한여름에 뿌려도 괜찮을 것 같은 아주 가볍고 상큼한 느낌. 

 

 이솝 테싯. 가장 유명한 걸로 안다. 테싯... 숲속 향, 풀향, 우디함. 무겁지 않고 가벼운 느낌. 시향지에서는 그래도 좀 오래 가긴 했는데 착향하면 지속력이 좋진 않을 것 같다. 머리 아프지 않은, 아주 자연스러운 향이었다. 

이솝 휠. 러쉬 더티를 무난하게 다듬은 듯한 인상을 받았다. 러쉬 더티 특유의 강한 향을 줄이고 깔끔하게 다듬은 느낌인데, 민트향을 좀 더 가미한 것 같았다. 휠보다는 테싯이 좋았다.

메모.. 시향을 정말 많이 했는데 간단하게만 남겨놔야겠다. 기억이 너무 흐릿하다. 인레 정도만 알고가서 그런가.

인레. 첫 느낌은 달다는 인상이었다. 중간에는 자스민, 플로럴한 향긋한 꽃냄새. 마무리는 의외로 시원한 느낌.

오션 레더. 가장 좋았다. 첫 향은 시트러스, 약간 단 느낌. 적당히 가볍고 우디하면서 물 향이 났다. 르 라보 베르가못과 비슷한데 이게 조금 더 깊이 있는 느낌. 호불호 적을 것 같다. 하지만 아쉽게도 착향했을 때 약간의 지릿한 향이 느껴졌다. 가장 구매의사가 컸는데 착향을 한번 더 해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다. 

러시안 레더. 왜 어나더의 쎄한 향이 느껴졌을까. 어나더에 약간 달달함을 더한 향?

자낫. 가벼운 시트러스 + 풀내음에 달달한 꽃향.

문피버. 첫향에 충격받았다. 코를 찌르는듯한 강렬한 향이었다. 노트를 보니까 그럴만한 향이 있나 싶은데.. 르라보 시향지에서 옮겨붙은 향인가? 잔향은 그럭저럭 시원한 마무리.

케두. 참깨향이라고 했던것 같은데.. 참깨향은 못느꼈다.  단내 약간, 풀향에 명료한 머스크향. 

시향하는 시간은 금방이었는데 간단하게라도 후기 남기려니 오래 걸린다. 얼른 코로나 잠잠해져서 또 시향하러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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