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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 79일째 였던 어제, 와인바에 가서 신나게 와인을 마셨다. 수많은 유혹을 견디며 술 한 모금도 허용하지 않던 나날들이 무색하게. 5만원을 우습게 넘기는 와인 가격에 경악하면서도 술꾼 친구들과 함께 부어라 마셔라 한 결과, 길다란 계산서와 미친듯한 숙취가 오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을 통째로 숙취에게 반납하고 이제야 정신을 차려본다. 어제 왜 마신거더라.

코딩 공부하겠답시고 신청했던 국비교육을 포기했다. 계속 고민해본 결과 무리라는 판단이었다. 그 덕에 꽤나 좋은 조건이었던 아르바이트를 급하게 그만두었으며 출국까지 두 달이라는 공백이 생겨버렸다. 불안감과 우울감이 미친듯이 몰려왔다. 끝없는 자기의심과 충동적인 결정. 불확실한 삶. 불투명한 미래. 온갖 비관적인 상상에 숨통이 조여들었다. 

마침 친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고, 결국 알코올로의 도피를 선택한 셈이다.

3명이서 5병을 해치웠다.

 

요즘 엄마는 내게 한국에서 살 것을 종용하곤 한다. 외국에서 뭘하고 살건데? 어떻게 밥 벌어먹고 살건데? 가족들 없이 혼자 산다고? 너 없으면 나는 어떡하니. 그냥 한국에서 살아라. 말은 안했지만 곧 내가 어디론가 떠난다는 걸 어렴풋이 짐작하는 것 같다. 엄마가 제기하는 의문들은 내가 끊임없이 내게 묻는 것들이기도 하다. 우습게도 나도 잘 모르겠다. 어떻게든 살겠지,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니까. 하고 말아버린다. 

인생에 정답이 있으면 얼마나 편리할까 싶으면서도 시험지에 동그라미 치듯 사는 인생을 상상하면 눈쌀이 찌푸려진다. 인간 참 모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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