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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잠자리에 들자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이제 그녀는 누구에 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녀는 이렇게 혼자서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그녀가 이따금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었다 - 사색에 잠기는 것, 아니 심지어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상태에 있는것. 말없이 혼자 있는 것, 모든 존재와 행위가 팽창하고, 반짝이고, 증발해서 우리의 존재가 엄숙하게 오그라들어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어떤 것, 쐐기 모양의 어둠의 핵심, 다시 말해 진정한 자신이 되는 것이었다. p. 90

읽자마자 바로 필사한 부분이다.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서술되는 소설이어서 그런지 유난히 집중이 잘 안되는 소설이다. 읽다가 자주 멍해진다. 하지만 이렇게 공감가는 구절이 나오기도 한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참 즐겁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정말 소중한 사람으로서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했던 부분.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감하지 않을까.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도 성격이 제각각인 사람들이 모여산다는 면에서는 불편한 지점이 계속 생긴다. 그래서인지 가족이 모두 잠이 들고 나서 조용해지면 그제야 평화로운 기분이 들곤 한다.

한편 그 시대 여성의 삶이 참 안타깝기도 하다. 아이를 재우고, 집안일을 하고, 남편의 비위를 최대한 맞춰주다가 그들이 잠에 들고나서야 안도하고 사색하며 '진정한 자신'이 되는 삶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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