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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비행기표를 예매하면서 이렇게 급하게 결정한 여행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거라 믿었는데, 프라하는 일주일도 채 안 남겨두고 무작정 비행기표를 끊었다. 갈까말까 참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안 가면 후회가 많이 남을 것 같았다. 5월 27일 아침 비행기로 도착해서 29일 새벽비행기로 돌아오는 아주 짧은 프라하 여행. 하지만 그 이틀이 눈물나게 행복했었다.

프라하를 가고 싶었던 이유는 하나다. 맥주! 아는 언니가 맥주가 물보다 싼 동네라며, 특히 코젤을 좋아하면 꼭 가야한다고 당부했던 곳이 프라하였다. 한국에서도 코젤 흑맥주에 미쳐살았는데, 내가 바로 그 코젤의 고장에 가다니. 독일에서도 물처럼 맥주를 마셨지만, 체코에서는 그 이상을 보여주리라 다짐했다. 아침 7시 50분 비행기를 타러 새벽 5시에 집을 나오느라 잠도 제대로 못자고 캐리어를 끄는데 발걸음이 경쾌하다 못해 날아갈 것 같았다.

 

새벽 다섯시를 겨우 넘긴 시각의 거리. 한산하다.

 

말뫼역에 도착해서 코펜하겐 공항가는 기차를 기다리는데 그놈의 연착이 또.. 30분은 기다린 것 같다. 일찍 나와서 망정이지 늦게 나왔으면 약간 촉박해질 뻔 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공항가는 기차를 탔다. 외레순드 다리를 건너 국경을 지날때마다 항상 홀린 듯 찍는 풍경.

 

잔뜩 구름이 껴있었다.

 

카운터에서 짐을 부치고 출발시간까지 앉아서 기다리다가 비행기에 올랐다. 흐린 날씨였지만 다행히 비행기 지연은 없었다. 두 시간도 안되는 짧은 비행시간이지만 잠깐 눈을 붙였다.

 

 

Kozel is the only world in Czech you need to know!

 

프라하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반겨주는 코젤 광고판! 흐뭇하게 웃으면서 짐을 찾으러 갔다. 캐리어를 찾아가지고 나와서 코루나를 뽑았고, 이젠 교통권을 끊어야 했다. 시내로 한번에 가는 공항버스는 60코루나로 버스기사분에게 사면 되었기 때문에 교통권은 30분동안 유효한 1회권만 2장 살 요량이었다. 프라하 시내가 작아 다 걸어다닐만 하다해도 이틀동안 왠지 한 번은 탈 일이 있을 것 같아서 한 장, 새벽에 공항가는 시내버스 탈때 한 장. 그런데 카드가 자꾸 승인거부가 떴다. 약간 당황했지만 바로 앞에 마트가 있길래 아까 뽑은 코루나로 물 한병을 사가지고 와서 잔돈으로 교통권을 사야겠다 마음먹었다. 별 생각없이 물 한병을 사가지고 오는데, 이상하게 몸이 너무 가벼웠다.

 

캐리어가 없었다. 순간 패닉이 왔다. 도대체 어디에 내가 캐리어를 두고 온건지 아니면 정신없는 틈을타 누가 훔쳐갔는지, 그 짧은 찰나에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마트에서부터 없었던 것 같은데, 내가 그 전에 간 곳은 atm과 티켓판매기 뿐.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는 티켓판매기 앞을 급하게 헤치고 들어가자 티켓판매기 바로 옆에 내 캐리어가 있었다. 교통권 산답시고 잠깐 세워두고 깜빡 잊어버렸었던거다. 어째 여행 시작부터 대형사고를 칠 뻔 했다. 그나마 그 앞에 티켓 사기 바쁜 관광객들만 있어서 망정이었지, 누가 가져갔어도 할 말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내 캐리어를 버리고 갔으니... 캐리어 손잡이를 움켜쥐고 다시 티켓을 사려는데 문득 예전에 블로그에서 본 포스팅이 생각났다. 외국에서 카드 핀번호, 즉 비밀번호를 입력해야할때는 뒤에 00을 붙여야 할 때도 있다는 글이었다. 00을붙여서 핀번호를 입력하니 카드 승인이 되었다. 교통권 두장을 지갑에 잘 넣어두고, 공항버스를 타러 갔다. 

한 40분 정도 후에, 프라하 시내에 도착했다.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어서 선글라스를 꺼내썼다.

이제야 프라하에 온 게 슬슬 실감나기 시작했다.

 

걱정과 달리 좋았던 프라하 날씨.

 

호스텔에 도착해 짐을 맡겼다. 숙소는 광장과 매우 가까워서 여기저기 다니기 좋았다. 직원들도 친절하고, 시설도 좋았다. 직원분이 프라하 맵에 무슨 타워를 꼭 가라면서 동그라미를 그리고 챙겨주셨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타워 간답시고 그리 고생할 줄은 몰랐다) 지도를 잘 챙기고 숙소에서 10분을 걸어 도착한 곳은 베트남 음식점. 열한시가 좀 넘은 시간이라 아직 손님이 많지는 않았다.

분짜와 생맥주 500ml하나를 시켰다. 분짜 135코루나, 맥주 35코루나. 한화로 8천500원쯤. 감동적인 물가였다..

 

양도 많고 맛있었다!

 

프라하 첫 맥주. 스타로프라멘.

 

시원하고 가벼워서 엄청 빨리 마셔버렸던 기억. 분짜와 무난하게 어울리는 맛이었다.

만족스럽게 점심식사를 하고나서 바로 근처 하벨시장에 들렀다. 신선해보이는 과일들을 컵에 담아 팔기도 하고, 이런저런 체코 기념품들을 팔았는데 규모가 작아서 금방 둘러봤다. 두 바퀴를 돌고 금속으로된 병따개 마그넷을 샀다. 50코루나였다. 똑같은걸 60코루나에 파는 상점들도 있었다. 역시 이런 시장은 한번 쭉 둘러보고나서 사는게 최고인 것 같다.

 

시장 초입에서 관광객들을 반겨주는 신선한 과일들.

 

내가 산건 붉은? 로즈골드색? 병따개 마그넷. 여행하면서 아주 유용하게 잘 쓸 것 같은..
대마잎이 그려진걸 팔고 있길래 신기해서 찍어봤다. 대마 초콜릿? 

 

 

하벨 시장 바로 옆에 시계탑이 있었다. 프라하 관광스팟은 거의 모여있구나 싶었다. 도보여행하기 참 좋은 곳! 체력이 별로여도 프라하 여행은 쉽겠다 생각했다. 프라하 성 가기 전까지는.....

 

 

아기자기하게 생긴 시계탑. 정각마다 뭐가 움직인다던데 정각까지 기다리기는 귀찮아서 내일 또 오지 뭐, 하고 그냥 슥 둘러보고만 갔다.

 

프라하성부터는 다음에 이어써야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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